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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생리학

식물의 수분흡수

by 산까남 202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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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의 수분흡수는 대부분 뿌리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잎의 기공, 각피층, 엽흔, 피목, 수피의 갈라진 틈으로도 적은 양의 수분이 흡수된다. 이슬은 그 양이 극히 적기 때문에 수분흡수에 기여하는 정도가 적다. 한편 미국의 울창하고 거대한 숲을 이룬 세쿼이아(sequoia)의 경우 오전의 짙은 안개는 기공을 통해 상당한 양의 수분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뿌리의 구조와 수분 흡수

  수목의 근계는 가느다란 세근으로부터 굵은 뿌리까지 다양한 크기와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어린 뿌리를 통해 수분이 흡수되려면 세포배열이 느슨한 표피와 피층을 통과한다. 이후 내피에 물이 도달하면 내피의 방사단면과 횡단면에 발달한 카스파리대 때문에 물은 세포벽이나 세포 간극을 통과할 수 없고 내피의 원형질 막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내피 안쪽에 있는 내초에서 발달한 새로운 측근은 주변 조직을 찢으면서 나오기 때문에 그 열린 공간을 통해 수분이나 무기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오래된 뿌리는 피층 안쪽으로 코르크 형성층이 생기면서 표피, 뿌리털, 피층이 파괴되어 없어진다. 또한, 내초에 형성층이 생기면서 내피도 없어지고 목부, 사부, 코르크층이 생긴다. 이러한 뿌리는 수분에 대한 친수성이 적지만, 여전히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남아있다.

 

2. 수분 흡수 기작

  식물의 수분 흡수 기작은 수분 퍼텐셜의 기울기를 따라서 일어나며 수동흡수와 능동흡수로 구분된다. 수동흡수는 주로 증산작용으로 인한 힘에 의해 나무뿌리가 수동적으로 수분을 흡수하는 경우로, 대부분의 수분 흡수는 이 방법에 의해 이루어진다. 능동흡수는 겨울철에 뿌리의 삼투압에 의해 수분을 능동적으로 흡수하는 경우이다.

(1) 수동흡수

수동흡수는 증산작용이 활발한 낮에 수분을 위에서 끌어올리는 힘에 의해 목부 도관에 장력이 생겨 뿌리 도관 속의 무기염과 수분이 흡수되는 현상이다. 이때 뿌리는 삼투압에 의한 수분흡수력은 약해지고, 증산작용에 의한 수분의 집단 유동으로 수동적으로 수분을 흡수하는 장치로 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식물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2) 능동흡수

목본식물에서 능동흡수는 낙엽수가 증산작용을 하지 않는 겨울철에 뿌리의 삼투압에 의해 수분을 능동적으로 흡수하는 경우이다. 초본식물의 능동흡수는 증산작용을 하지 않는 야간에 뿌리 내의 무기염을 축적하여 뿌리의 삼투압에 의해 토양의 수분을 흡수한다.

  식물의 뿌리는 능동흡수로 인해 근압이 생기며, 이 근압을 해소하기 위해 초본식물에서는 일액현상이 일어나고, 자작나무와 포도덩굴의 줄기에 상처를 줄 경우 수액이 밖으로 흘러나온다..

(3) 근압과 수간압

  근압(root pressure)은 식물이 증산작용을 하지 않을 때 뿌리의 삼투압에 의해 능동적으로 수분을 흡수함으로써 나타나는 뿌리 내의 압력을 말한다. 초본식물의 경우 증산작용을 하지 않는 야간에 기온이 온화하고, 토양의 통기성이 좋으며, 토양 수분이 충분히 있을 때 뿌리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여 근압을 나타낸다. 이 근압을 해소하기 위해 잎의 엽맥 끝 부분에 있는 구멍, 즉 풀의 배수조직을 통해 수분이 밖으로 나와서 물방울이 맺히는데, 이 과정을 일액현상이라고 한다.

  온대지방의 목본식물에서는 근압이 흔히 관찰되지 않으나, 몇몇 수종에서 겨울철 잎이 없는 상태에서 증산작용을 하지 않을 때 뿌리의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흡수되면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작나무와 포도나무의 줄기에 상처를 주면 수액(xylem sap)이 흘러나오는 경우이다.

  근압은 일반적으로 0.1 MPa가량으로 약한 편이며, 근압에 의한 수분의 이동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된다. 근압을 가지고 있는 수종은 몇 종류 되지 않으며, 특히 나자식물에서는 지금까지 근압이 관찰된 예가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은 근압은 목본식물의 경우 겨울철에 증산작용을 하지 않을 때 나타내는 현상에 불과하며, 높은 나무에 수액이 상승하는 원리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간압(stem pressure)은 근압과 흡사하게 몇 나무에서 수액 채취를 가능하게 하지만, 그 원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설탕단풍(Acer saccharum), 야자나무, 아가베(Agave)에서 수액이 나오는 현상은 수간압에 의한 것이다.

  수간압은 주간과 야간 온도차가 10이상으로 클 때,  낮에 기온이 상승하면 수간의 세포간극과 섬유세포에 축적되어 있는 공기가 팽창하여 압력이 증가하면서 수액이 상처를 통해서 밖으로 흘러나오고, 밤에 기온이 내려가 공기의 압력이 감소하면 뿌리에서 물이 상승하여 도관을 재충전시킨다. 일반적으로 비옥한 토양과 수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와 수관 면적이 큰 나무에서 수액이 더 많이 나온다. 한국에서 고로쇠나무  수액이 흘러나오는 원리도 위와 같다.

 

3. 수분 흡수를 위한 토양 조건

(1) 토양 수분과 모세관 현상

  식물뿌리가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토양 속 수분 함량이 적정 수준이어야 한다. 적정 수준이란 수분이 포화상태이거나 혹은 너무 메마르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즉 토양수분의 퍼텐셜이 식물뿌리의 수분퍼텐셜보다 높아야 수분이 토양에서 뿌리로 이동할 수 있다. 토양수분의 종류와 토성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비가 많이 온 직후 물은 토양의 모든 공간을 차지하여 포화상태에 놓이며, 수시간 동안 중력에 의하여 배수되는 물인 중력수(gravitational water)가 빠져나가면 토양은 모세관수 (capillary water)만 가지게 된다.

모세관수란 중력에 저항하여 토양입자와 물분자 간의 부착력에 의해 모세관(작은 토양 입자 사이의 빈 공간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형성된 가느다란 관) 사이에 남아 있는,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이다. 토양이 모세관수만을 최대로 보유하고 있을 때 포장용수량(field capacity)에 달해 있다고 하며,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을 최대한으로 보유한 상태이다. 이때 수분퍼텐셜은 -0.01 MPa 가량 된다.

  그 후 계속적인 증발작용과 식물의 이용으로 토양수분이 감소하는데, 토양용액의 수분퍼텐셜이 감소하여 뿌리의 수분퍼텐셜과 일치하면 식물은 더 이상 수분을 흡수할 수 없게 되면서 시들기 시작한다. 이때의 토양수분함량을 영구위조점(permanent wilting point)이라 하며, 이때 중생식물의 수분퍼텐셜은 보통 –1.5 MPa 가량 되지만, 사막에서 자라는 건생식물은 훨씬 더 낮은 값을 보인다. 이 시점에서 토양이 함유하고 있는 수분은 작은 교질입자 주변에 존재하거나 화학적으로 결합한 물, 결합수(hygroscopic water) 뿐인데, 식물이 이용할 수 없는 형태이다.

  식물이 이용가능한 수분은 모세관수뿐이며, 모세관수의 함량은 토성에 따라 다르다. 토성(점토, 미사, 모래의 상대적인 혼합비율)중에서 점토가 많은 식토에서 모세관수는 토양 건중량의 19~42%를 차지하며, 모래가 많은 사토의 경우 3~13%를 차지한다. 따라서 사토는 식토보다 보수력이 적지만 토양 수분이 3%에 달할 때까지 식물이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반면, 식토는 보수력은 모래보다 높지만 19%까지 밖에 식물이 이용할 수 없다.

(2) 토양용액의 농도

  토양용액의 수분퍼텐셜은 물에 녹아 있는 용질의 삼투퍼텐셜(φs)과 토양입자와 모세관에 부착되어 있는 수분의 기질퍼텐셜(φm)에 의해 결정된다. 토양의 삼투퍼텐셜이 –0.3 MPa보다 낮아지면, 다시 말해서 토양 용액에 여러 가지 무기염이 고농도로 녹아 있을 경우, 토양 중에 수분이 많더라도 식물은 수분을 흡수할 수 없다. 일반 산림토양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자주 관찰 되지 않는데, 지하수를 뽑아서 관개수로 쓰는 과수원에서 간혹 관개수에 무기염이 과다하게 녹아 있는 경우가 있으며, 해안 매립지와 강우량이 적은 건조지역에서 산림을 조성하기 위해 식재할 때 토양 중에 과다한 무기염(모세관 현상으로 염분이 상승하여 겉흙에 모여 있음)으로 인해 관수하더라도 수목이 수분을 흡수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3) 토양온도

  토양온도가 낮아질 경우 수목 뿌리의 흡수력은 현저히 저하된다. 직접적인 이유는 물에 대한 뿌리의 투과성이 감소하는데 이것은 원형질막에 함유되어 있는 지질의 성질이 변화하여 물을 잘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이유는 토양수분의 점성이 증가하여 토양 내에서 이동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토양 온도가 25에서 5로 내려가면 물의 이동에 대한 저항이 두 배로 늘어난다.

  이른 봄에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 상록성 침엽수는 증산작용의 속도가 증가하여 수분을 요구하지만, 낙엽층이 두꺼운 경우 토양이 아직 동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분흡수가 불량하여 체내의 수분균형이 깨져 수목이 말라죽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를 동계건조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고산지대에서 낮은 온도 때문에 수분흡수가 방해를 받아 수목한계선이 결정되는 예가 있다.

(4) 원형질막을 통한 수분이동

  물은 분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큰 분자량을 가진 섬유소가 엉성하게 부착되어 있는 세포벽을 통해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토양수분이 뿌리 밖에서 뿌리 안으로 들어오는 세포벽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수분이 세포 내 세포질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원형질막을 통과해야 하며, 이를 세포질 이동이라고 부른다. 원형질막은 비극성을 띠고 있는 인지질의 이중막으로 되어 있어 극성을 띠고 있는 물이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이런 수분이동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식물은 아쿠아포린(aquaporin)이라는 단백질을 원형질막에 가지고 있다

  아쿠아포린을 통한 수분이동은 원형질막 자체를 통한 수분이동보다 더 쉽게 이뤄지기 때문에 수분이 빠르게 원형질막을 통과하여 세포질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또한 아쿠아포린이 단백질 채널을 만들어 출입구의 수문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포와 세포 간에, 그리고 새포 내에서 수분의 이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아쿠아포린은 식물세포 내 액포를 형성하는 액포막에도 존재하는데, 이 아쿠아포린의 도움으로 수분이 액포막을 통하는 속도는 원형질막을 통과하는 속도의 두 배 정도 된다. 이런 빠른 기능은 세포 내 설탕이나 염분의 함량이 많을 때 액포가 수분을 쉽게 저장하거나 밖으로 내보내 세포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삼투조절 기능을 발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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